<정말 이상한 모임 셋. 2편 - 일정이 겹쳐서 못 간다고 하면 좋아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쓰레기덕질'>
안녕하세요. 본인이 참여한 정말 이상한 모임을 소개하고 있는 @씽 입니다. 이상한 포인트를 찾으려고 했는데, 별로 안 이상한 것 같아서 마감을 미루다가 이제야 마감을 맺습니다.
제가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올해의 이상한 모임은 쓰레기 덕후의 가상마을 ‘쓰레기 덕질’(줄여서 쓰덕)입니다. 쓰덕은 정기 모임이나 고정 멤버가 있는 모임은 아니고, 아주 느슨한 커뮤니티입니다. 얼마 전에 어느 매체에서 쓰레기덕질과 저의 실천에 대해 써달란 부탁들 받았는데요. 그때 썼던 글로 쓰덕에 대한 소개를 대신 해볼까 해요.
쓰레기 덕후의 가상마을 ‘쓰레기 덕질’은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제로 웨이스트, 다시 말해 ’쓰레기 없는 삶’이라니,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사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완벽한 ‘실천’보단 실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 가깝다. 쓰레기를 만드는 개인을 절대 비판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하기 보다는 내가 어떤 쓰레기를 만드는지 ‘관찰’부터 하기를 권하고, 그 쓰레기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함께 이야기 하고자 한다. 혼자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했다간 지치기 쉬워 여러 쓰레기 덕질 소모임을 열고 있다. 등산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줍줍등산 모임’, 안 쓰는 천과 종이 같은 쓰레기를 ‘쓸 애기’로 바꾸는 모임 등이 그것이다. ‘쓰레기 덕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발생적으로 모임과 캠페인이 열리는 느슨한 커뮤니티다. 이들에게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다양한 방법을 배웠다. 비 오는 날 외출할 땐 우산을 넣을 비닐을 챙긴다. 요즘엔 건물마다 우산 비닐을 마련하는데 굉장한 낭비다. 또한 식품이나 의류(특히 유니클로의 내의 제품)는 지퍼백 형태로 포장되곤 하는데, 이를 버리지 않고 수납용으로 쓴다. 특히 여행갈 때 물건을 담기 좋다. 지금은 ‘쓰레기 덕질’이 가상마을이지만 언젠가 진짜로 쓰레기 없는 마을, 플라스틱 없는 마을을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 @씽 (‘쓰레기덕질’ 마을 주민)
쓰레기덕질은 올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오늘은 ‘쓰덕다움’이 가장 선명하기 펼쳐진 하루(10월 14일)를 돌아보고 싶어요. 그 날은 바로 쓰덕에서 2개의 오프라인 모임이 겹친 날입니다. 쓰덕의 몇몇 멤버가 ‘마음 먹고’ 쓰레기를 주으며 등산을 하는 ‘줍줍 등산’ 오프라인 이벤트를 기획해서 열었는데, 우연히도 같은 날에 쓰덕의 다른 분들은 소소예술시장 행사에 참가하는 일정이 이미 잡혀 있었던 겁니다.
(댓글에서 확인 가능: https://zero-waste.parti.xyz/posts/23540)
처음엔 아차 싶었습니다. 공개적으로 일정을 확인하지 않은 게 죄송하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못 오시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내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줍줍등산 모임이 열리고, 한쪽에서는 제로웨이스트 행사가 열리는 이 날은 말 그대로 ‘쓰레기덕후들의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우리 커뮤니티 멤버들이 서울 곳곳에서 쓰레기에 관한 활동을 펼치는 날이라니, 더 없이 멋진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쓰덕이란 커뮤니티에서 이런 ‘겹쳐지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모임을 열면 다른 제로웨이스트 관련 모임과 겹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게 벌어졌습니다. 아무래도 행사가 많은 가을, 주말에 모임을 열다보니 그랬던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다른 거랑 겹쳐서 못 가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더 많은 모임이과 행사의 일정이 겹쳐서 우리는 이렇게 온라인으로만 소식을 전하며 지내도 나쁘지 않겠다는 이상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관심이 별로 없는 타인을 무리해서 초대하지 않고, 하고 싶은 활동을 누군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곳. 이런 게 올해의 쓰덕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년엔 어떻게 될 지 몰라서 ‘올해의 쓰덕’이라고 써봤습니다) 일정이 겹쳐서 사람이 많이 못 오는 날이라도, 그냥 몇몇이 모여서 모임을 열고 닫는 커뮤니티.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커뮤니티가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 움직임이 자유롭게 벌어지고 그러는 가운데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창의적인 실천 아이디어가 쌓여나갈 걸 생각하면 두근두근 합니다.
(이렇게 두 번째 정말 이상한 모임 이야기를 마칩니다~)